집에 감자가 한 박스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한의원에 다닐 때 위에 좋은 그..음료와 생 감자를 갈아서 함께 먹으면
위가 좋아진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어서 감자를 많이 준비해뒀었다
하지만 인간은 간사하지.
처음에는 진심을 담아 만드는 마법 수프처럼 주문을 외어가며
정성스런 마음으로 음료를 만들어냈으나
(그냥 감자 강판에 갈아서 윌이랑 섞어 마심..)
시간이 갈수록 감자 껍질 깎는 거며 강판 설거지며
감자전분의 뻣뻣한 맛이 흉보기 리스트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던 감자의 푹 꺼진 곳에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새.싹. ^_^
내가 좀 더 어렸다면
'우왕 감자에서 싹이 나오잖아? 뭐야뭐야 열심히 키워야징'
했을텐데
삐쭉 튀어나온 싹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저들을 어떻게 파멸을 시켜야 할까 싶었다.
그래서!
감자요리 중에서 제일 쉬워 보이는 감자볶음을 해봤다.
재료는 감자 두 개와 파프리카 한 개.
감자 칼을 찾지 못하여 일반 칼로 껍질을 깎고,
도마에 올려 채를 썰고, 손이 막 떨리고,
물에 담궈 전분기를 제거하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와 파프리카와 소금을 넣고 볶는다.
감자가 약간 투명해질때까지!
그러나 나의 감자들은 꽤나 두꺼웠기에 투명해지기를 기다렸다가는
가스비가..예..
어쩌고 저쩌고 지지고 볶고 나니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제목에 대한 정답: 2시간)
먹는 데는 20분도 안 걸리잖아요 뭐야
어떤 요리든 다 소중합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엄마를 포함하여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분들 리스펙!
'먹부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들기 간단하고 남녀노소 좋아할 버섯 볶음 반찬! (0) | 2019.11.19 |
---|---|
백운호수 맛집 와우리 장작구이 (feat. 1+1 행사중) (0) | 2019.11.18 |
쿠우쿠우 첫 방문기 (feat.동탄2신도시점) (0) | 2019.02.15 |
신도림 바르미 샤브샤브 후기 (0) | 2018.01.30 |
광화문 디타워 빌즈 후기 (0) | 2018.01.11 |